지적장애로 생활고를 겪으며 힘들게 살던 노숙인이 인근 동네 약사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게 됐습니다.
미담의 주인공은 바로 창신동 골목 모퉁이에서 35년 동안 약국을 운영한 최윤혜 약사님인데요.
최윤혜 약사님은 약국 창문 너머로 분주히 움직이는 50대의 노숙인 남성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 노숙인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리어카를 끌고 골목을 오가며 부지런히 폐지와 박스를 모았는데요.
최 약사는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살아가려는 남성의 마음이 너무 예뻤고, 노숙인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 노숙인 남성의 이름은 최재만 씨 였으며 어딘가 불편해 보였는데요.
최재만 씨의 나이는 55살이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지능에 귀도 잘 안 들리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다 창신동으로 온 최재만 씨는 주소지가 용산구로 돼 있어, 창신동 주민센터에서 지원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최 약사는 쪽방촌을 운영하는 사장님에게 부탁해 월세 25만 원짜리 방부터 구했고, 전입신고부터 해줬습니다.
재만 씨가 창신동 주민이 되자, 월세 25만원과 생필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최 약사는 재만 씨를 도와주는 상황에서 큰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마음이 아팠던 점은 장애가 있는 점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본 사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재만 씨가 지원금을 받을 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가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결합상품이 무려 13개나 가입돼 사용료가 5백만 원 넘게 밀렸는데, 경찰이 직접 고소장을 써줘 150만 원은 돌려받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 등록’이었는데요.
각종 서류를 준비해서 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선천적인 장애라는 걸 증명할 서류를 보완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안타깝게도 재만 씨는 가족이 없어 과거 자료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최 약사는 기필코 재만 씨를 도와주겠다는 일념으로 재만 씨의 일생을 직접 물어서 글로 정리를 하게 됩니다.
재만 씨의 30살 이전의 기억은 거의 없는 데다 봉제공장과 가방공장을 전전하며 지내다 2006년, 39살쯤 신안 염전에 끌려가게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당시 염전 노예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염전에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타 지역 등에서 일하다 2020년 2월, 서울역과 몇몇 지역에서 노숙하다 창신동으로 들어와 최윤혜 약사님을 만난 것입니다.
결국 최 약사가 직접 정리한 자료와 주민센터 관련 자료를 보충하여 제출하고서야 장애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끈질긴 절차였는데요. 장애 등록을 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신청한 후 인정받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이로써 재만 씨는 창신동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재만 씨처럼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장애 등록을 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전체의 약 5%, 무려 1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들 대부분은 관련 절차와 방법을 모르고, 등록과정이 번거로워서 장애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취재하던 MBC 취재진에게 최 약사님은 “개인적인 선행으로 알려지는 건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는데요.
또한 적극적인 행정과 간소한 절차로 소외되는 이들이 없기를 바란다는 부탁까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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