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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년 전 고대 미라 속에서 ‘5년 전 시체’가 발견되어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황금가면을 쓴 채 화려하게 조각된 관에 누운 미라가 파키스탄 암시장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습니다.

당국이 압수한 미라를 살핀 고고학자들은 ‘고대 페르시아 왕조의 공주’라고 판단했습니다.

학계는 “고대사의 새 지평”이라며 들떴고, 인접국들 간에는 문화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외교 분쟁까지 불붙었다.

그러나 깜짝 놀랄 반전이 있었다. 미라는 가짜였다. 주인공은 수천 년 전이 아니라, 5년 전 둔기에 맞아 사망한 여성이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2000년 10월 파키스탄 암시장에 수상한 매물이 들어왔습니다. ‘상품’은 육중한 나무 관에 담긴 한 여성의 미라. 판매가는 자그마치 1,100만 달러(약 143억2,300만 원)였습니다.

‘고대 미라를 판다’는 동영상을 제보받은 파키스탄 경찰은 도굴이 유력하다고 판단, 즉각 추적에 나섰다.

얼마 안 가 경찰은 동영상 속 남자인 알리 아크바르를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체포했습니다. 심문 끝에 아크바르는 “‘지진 때문에 갈라진 땅에서 석관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미라가 아니다.” 간이 감정을 마친 박물관 관계자의 이 한마디에 고고학계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해당 미라는 고대 이집트 스타일로 방부 처리된 채 금박이 입혀졌습니다. 황금으로 만든 데스마스크와 왕관도 착용했습니다.

미라가 누워 있던 관은 조로아스터교의 창조신인 ’아후라 마즈다‘가 조각된 ’사르코파구스(sarcophagus·죽은 자의 집 역할을 하는 세공된 관)‘였습니다. 왕족이나 대귀족만 받을 수 있는 최고급 예우였습니다.

무엇보다 관에 새겨진 고대 페르시아 설형문자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나는 위대한 아케메네스 왕조의 왕 크세르크세스 1세의 딸, 로드구네다. 고대의 신이 나를 보호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미라를 만들었다는 건 유례에 없던 일입니다. 역사가들은 고문에 기록되지 않은 새로운 공주의 존재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이제 전 세계가 이 미라를 ’페르시아 공주‘라고 부르며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고고학계는 수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관에 적힌 글을 확인했는데 “고대 페르시아 문자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적은 것”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입니다. 문법적 오류가 있었던 건 물론, 쐐기문자로 적힌 공주의 이름 ‘로드구네’가 고대 페르시아가 아니라 그리스식 표기였기 때문입니다.

겉과 속도 달랐습니다. 이집트 식으로 꾸몄지만, 단층 촬영으로 확인해 보니 미라 안쪽의 모든 내장이 제거돼 있었습니다. 심장만은 남겨두는 이집트 제작법을 따르지 않은 셈입니다. 2,6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미라의 힘줄이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점도 이상했습니다.

여러 의문점이 잇따르자, 파키스탄 당국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상황은 180도 뒤집혔습니다.

미라는 기원전 페르시아의 공주가 아니었습니다. 5년 전 둔기에 의한 외상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여성의 시신이었습니다. 세기의 발견이 일순간 강력사건으로 변한 것입니다.

CT 스캔 결과에 세상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미라의 주인공은 약 140㎝ 신장의 파키스탄인 또는 이란인 소녀로,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이 아니라 ‘서기 1996년 전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사망 당시 나이는 16세쯤으로 보였으며, 사인은 둔기로 인한 요추 골절이었습니다. 몽둥이 등 대형 둔기에 등쪽 척추가 산산조각이 나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살인사건 피해자가 가짜 미라의 재료가 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파키스탄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고, 2001년 영국 BBC방송에서 관련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했지만 ‘페르시아 공주’ 가짜 미라 사건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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